산마루/설악 지리산

지리산 종주기(Ⅰ) (‘04. 9. 2)

조약돌 야생화 2006. 11. 18. 23:08

[한국의산하 기고]

  지리산 종주기(성삼재 ~ 벽소령 ~ 장터목)

 

 ○ 산행 일시 :‘04. 9. 2 05:00 ~ 9. 4 14:55

 ○ 산행 구간 : 성삼재 → 반야봉 → 토끼봉 → 벽소령대피소(1박)

                → 칠선봉 → 세석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1박)

                → 제석봉 → 천왕봉 → 써리봉 → 대원사 → 유평매표소

 

ꏅ 1일차 산행일지


 지난 7월 설악산 산행후 집사람의 지리산 종주 제의에 평소 산행하고픈 마음이 있던 차에

흔쾌히 약속하고, 한 더위를 피해 대피소 예약과 함께 주말 수락산 산행으로 체력을 다졌다.

퇴근후 준비물을 확인하고 용산역에 나가니 배낭을 맨 등산객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군 입대를 앞두어 휴학중인 막내가 용산역까지 나와, 우리 부부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9월 1일 22:50  용산역 출발

  용산역에서 22시50분발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니, 빈좌석이 많아 아내와 각각 편하게

앉아 긴 여정에 대비한다. 새벽 3시25분 구례구역에 내려 역전에 대기해 있던 구례읍내행

버스에 승차하니, 20분후 구례 공영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타고 온 버스가 4시20분 성삼재 까지 운행하여 터미널 식당에서 섬진강 특산물‘재첩국’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터미날을 출발한 버스는 화엄사 입구에 정차후 4시50분 성삼재에 도착.


9월 2일 05:00  성삼재에서 종주 첫걸음

  새벽 5시 어둠이 깔린 성삼재에서 랜턴을 켜고 종주 첫걸음을 내딛었다. 중간에 전망대가

있었으나 어둠이 거치지 않아 구례읍 야경만 스쳤다.   

노고단대피소 취사장에서는 등반객의 식사준비에 분주하다. 간단히 세면하고, 노고단 안부에

이르니 여명으로 천왕봉은 보이지 않았지만 반야봉과 종주할 능선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막 떠오른 붉은빛 태양 아래 노고단 8부 능선을 벗어나니 돼지평전 까지 비교적 수월했다.

휴식년제로 묶여 있는 왕시리봉과 멀리 하동 첩첩산 위 걸쳐있는 운해를 보니, 지리산 제2경

노고운해 인듯 하다.

 

 

  완만한 잡목길 피아골삼거리를 지나, 임걸령 샘터에 도착했다. 고도가 높은지역 임에도

물이 잘 흐른다. 샘터를 출발하여 잠시 가파른 길과 계단을 올라선 후 능선따라 노루목에

도착하니 배낭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노루목은 종주산행과 반야봉을 오르는 갈림길로 반야봉 왕복에 약1시간30분 소요로 산행이

바쁜 등산객은 그냥 지나친다. 우리는 처음하는 종주라 배낭을 노루목에 두고, 가파른 등산

로를 햇볕 받으며 반야봉(1,751m)에 오르니, 주위 봉우리들 보다 높아 조망이 매우 좋았다.

 첩첩산 뒤에 보이는 천왕봉과 반대편 노고단을 보니 꽤나 멀리 와 있었고, 만복대와 남원의

들녁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하여 노루목에서 잠시 휴식후 삼도봉으로 향했다. 

 

 

  10:00  전북, 전남, 경남 3개도 경계점 삼도봉

 노루목에서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전북, 전남과 경남의 경계점 삼도봉(1,550m)에 다다른다. 

사방이 탁트인 삼도봉에서 방금 올랐던 지척의 반야봉과 남쪽으로 눈 아래 펼쳐진 하동 화개

마을을 조망하고 화개재로 향하니, 숲속에 급경사 나무계단이 길게 이어져 끝이 안보인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화개재에 도착하였다.

 

  안내판에‘계단길 길이 240m’로 계단수가 무려 500개가 넘는다니...부담스런 계단이었다.

나무마루가 널찍하게 깔린 화개재에서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1:00  토끼봉에서 점심

  허기가 느껴져 토끼봉(1,533m) 그늘에서 김밥을 점심으로 먹고, 토끼봉을 출발하여 오르막과

내리막의 계단길을 지나, 12시45분 명선봉(1,586m)에 도착했다.

명선봉에서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연하천대피소로 작은규모의 숙소와 우측으로 취사장,

대피소 바로앞 호스에서 흐르는 물은 양이 꽤 많았다.

 

 오늘 연하천대피소가 예약되있으나, 예상보다 이른 도착으로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 하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30분 정도 휴식후 13시35분 연하천대피소를 벗어났다. 


  14:40  형제봉 이후 급격한 체력저하

 대피소 주변에는 주목군락지 보호구역이라 철책이 쳐 있다. 숲속의 완만한 능선을 오르니

조망이 양호한 삼각봉(1,462m)이 있고, 이후 등산로는 너덜지대인데다 수면부족과 체력저하로

매우 힘든 구간을 지나, 형제봉(1,433m)에 도착했다.

간간히 보이는 고사목과 봉긋이 2개 봉오리가 솟아 있는 반야봉이 멀리 보인다.

 

 

  형제봉을 출발하여 급한 내리막을 내려서니, 계속되는 너덜길로 조심스럽게 산행을 했다.

 산모퉁이 돌아서자 벽소령대피소 빨간우체통이 우리를 반겨준다.

 성삼재를 출발하여 총18.6㎞에 걸친 첫날 산행이 끝났다.

 

 

   15:50  벽소령 대피소 도착

  벽소령대피소(1,350m)에 도착하여 대피소 중앙홀 찬 마루바닥에 누워 잠시 휴식하니

피로함이 가신다. 좌측길로 내려가니 화장실과 취사장이 있고, 샘터는 약 50m 아래다.

대피소 앞 긴의자에 자리를 잡고 저녁 준비차 샘터로 가니, 수량이 풍부하지 못했다.

18시에 예약자 자리 배정후, 남는자리를 19시에 미예약자에게 배정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다행이 예약하고 오지않은 자리가 있어 배정 받았다. 관리공단 직원의 전달사항을 듣고

숙소에 들어가니 2층으로 복도 양옆에 침상과 관물대로 예전 군 내무반과 비슷하다.

1인당 배당 받은 침상폭 면적이 어깨넓이 정도라 잠결이 예민하여 걱정했는데 옆자리가

배정되지 않는 행운을 얻었다.

아내와 심산유곡 대피소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보니, 총총한 은하수가 더욱 선명하다.

심산유곡 허공에 걸린 벽소명월은 1시간후에나 볼 수 있다기에 피곤함에 침상에서 잠시

쉬고 려 했으나,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다시 잠이 들었다...


ꏅ 2일차 산행일지


 9월 3일 07:55  종주 둘째날 여유로운 산행 출발

   새벽 6시30분 잠에서 깨니 등반객이 속속 대피소를 출발한다.  잠은 충분히 잤으나 얼굴이

 부은 듯.. 피곤했던 모양이다. 산위로 막 떠오른 벽소령 일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7시55분 청명한 날씨에 둘째날 산행을 나선다. 음정갈림길 까지 노출된 등산로는 아침햇살로

 우리를 반긴다. 덕평봉(1,521m)을 지나니 공터에 컨테이너 주위 여기저기서 식사를 하고 있다.

 오전에 좀더 산행하려고 서둘렀다. 덕평봉에서 조금 내려가다 칠선봉까지 계속되는 철계단과

 오르막은 시작부터 지치게 한다.

 

 

 10:10  칠선봉에서 본 백운산과 섬진강

 칠선봉(1,558m)에 오르니, 정면에 백운산, 섬진강, 화계와 다압을 연결한 영호남 화합의 다리가

 멀리 보인다. 예전 고로쇠 약수가 유명해 가끔 찿았던 백운산을 지리산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칠선봉에서 영신봉 까지는 오르막의 바윗길과 연속되는 계단이라 난간을 붙잡고 힘겹게 오르니

 지나온 노고단과 반야봉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 온다.

 

 

 11시30분 영신봉(1,651m) 이정표 팻말을 지나 세석으로 향했다. 종주 구간중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는데, 힘은 들었지만 다행히 아무 탈없이 통과하였다. 

 

 

 13:15  세석평전과 연하선경의 절경

  영신봉에서 잠시 내려서니 세석평전이 펼쳐져 있고, 집사람은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세석대피소는 남으로 의신, 북으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목이다. 지리산 제8경 세석철죽은

봄이면 드넓은 평원에 분홍빛 철쭉이 장관을 연출하지만, 여름 끝자락 눈앞의 세석은 탁트인

평원에 낮은수목과 왼쪽으로 한줄 등산로, 위쪽 촛대봉 암석봉우리가 조화를 이루어 한폭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11시50분 도착한 세석대피소 취사장에는 점심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햇반과 라면으로

점심후, 세석평전 복원과정과 생태계등 게시물을 보며 13시까지 휴식을 취했다.    

 대피소에서 촛대봉을 향한 오르막은 정오의 따가운 햇볕에 노출되어 산행하기 힘들었으나,

바위로 덮힌 촛대봉(1,703m)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과 내려다 보이는 세석평전은 또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뒤로는 장터목, 제석봉,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내리막 지나

삼신봉(1,670m)에 오르니, 연하봉으로 오르는 평탄한 능선이 보인다.

 

 

  천왕봉을 배경으로 우측에 군데군데 기암괴석과 좌측에 불규칙한 고사목이 대비를 이루며,

바닥에 한줄 등산로와 야생화가 널려있고, 산아래 원시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리산 제5경

연하선경이다.

 연하봉(1,730m)을 지나 큰 바위가 좌우측에 있는 산마루에 서니 찬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다시 이어지는 고사목, 기암과 지천인 야생화 그리고 지척의 제석봉과 천왕봉을 바라보며,

15시10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17:05  석양의 제석봉 고사목

  우측 중산리 쪽으로 50m 내려가 샘터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으니 한결 몸이 개운하다.

내일 캄캄한 새벽 제석봉 통과로 경치를 볼 수 없기에, 아내에게 제석봉 등반을 제안했다.

힘들고 귀찮을 턴데 아내는 나보고 못 말리는 사람이라며, 흔쾌히 따라 준다.

제석봉(1,808m)에 올라 지척의 천왕봉 또한 비탈위의 고사목들이 석양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며 운치를 자아낸다. 첩첩능선을 배경으로 서있는 고사목.. 분위기에 취해

있는데 아내가 저녁을 해야 한다며 그만 내려가잖다. 짬을 내 구경하길 잘했다.

 

 

  벽소령대피소를 출발 총10.9㎞에 걸친 둘째날 산행이 끝났다.

 

 산행구간은 짧았으나, 여유를 갖고 산행하느라 시간 소요가 많았다.

 저녁식사후 일찍 누웠으나, 코고는 소리, 잠자리에서 휴대폰 받는 소리로 어수선한데다

어제와 달리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 밖에 나가니 멀리 광양제철단지 불빛과 밤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은하수와 하늘중천에 뜬 달은 어제 벽소령에서 못본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월광을 뽐내고 있었다.

 

                                        [지리산 종주기(Ⅱ) 계속....]